우리가 공부할 민법 과목의 특성

2025년 제17기 로스쿨생이 되실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하고 기쁜 마음으로 환영합니다. 제가 ‘민사법을 강의하는 변호사’이다 보니, 매년 신입생을 보면 당장은 수강생이지만, 멀리 보면 ‘법조 후배’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듭니다.

법조계 15년 동안 소송실무로 뼈저리게 경험하고 느끼면서 ‘어떠한 법률가가 양성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나름의 확신이 있기에, 하루하루 강의와 집필을 하는 마음가짐이 가볍지 않습니다.

법률은, 특히 민법은 ‘오류’의 위험이 상존하는 학문입니다. 학습 과정에서 완전히 같은 것인 줄 알았지만 전혀 다른 것도 많고, 비전문가의 상식으로 이해했다가 그 상식이 크게 틀린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오류는 공부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은 물론이고, 심지어 법조인들조차 재판에서 드러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고등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법리 오류’라는 이유로 파기되는 경우도 많은데, 저의 시각으로 그러한 오류를 범한 이유가 이해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어떻게 이런 오류를 범한 것인지 놀라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문제는 ‘민법’ 과목이 매우 방대하면서도 체계적이고 유기적이어서, 스스로 차근차근 이해를 완성해가며 골조공사를 하는 초기 단계에서 여기저기 오류가 생기면, 2, 3년 뒤에 어느 정도 건물이 완성된 상황에서 무너질 위험을 느끼게 됩니다. 이미 마무리 단계라서 건물을 다시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어느 지점이 오류인지, 어디서부터 보수공사를 해야 하는지를 찾기 매우 어려운 상태에 놓입니다.

본서의 집필의도 및 활용법

2015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신입생만을 위한 ‘로스쿨 민법 선행강의’를 해오면서, ‘로스쿨 3학년’ 시기의 기초를 만드는 강의, ‘변호사시험’ 실패만은 절대 허용할 수 없는 강의, ‘미래’를 보는 강의를 추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필수적이었던 것은, ‘오류’가 전혀 없는 내용, 대법원 판례 기준 현 시점 가장 정확한 강의를 지향하려는 노력이었습니다.

그 결과 수강생 중 로스쿨 전체 수석, 민사법 과목 교내 1등, 교내 소수 로클럭·검찰 임용이나 대형로펌 컨펌, 변호사시험 재시 민사법 110점 상승, 변호사시험 전국수석과 같은 뜻깊은 성과들이 거의 매년 있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들을 그대로 흘려보내기 아까워 본서를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본서는 분량이 많거나 민법의 주요 내용을 다 설명해주는 교재는 아닙니다. 그러나 ‘민법’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교재, 민법 선행학습의 과정에 최고의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는 점은 자부합니다. 로스쿨 8기부터 16기에 이르기까지, 위와 같은 최고의 성과를 낸 ‘로스쿨 선배’들, 각 영역에서 활약하는 법조 선배들의 의견도 반영했고, 완성된 원고에 대한 그들의 평가도 들어봤습니다. 이하는 선배들의 평가입니다.

“내가 1학년 초 민법을 처음 읽을 때 이런 가이드가 있었다면 아마도 민법을 1년 더 일찍 완성했을 것이다.” － 11기

“정 변호사의 강의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 교재는 강의에서 느끼기 힘든 ‘요약 텍스트’가 주는 장점이 선명하다.” － 10기

“아이콘 중 ‘관점’이라는 것이 좋았다. 무턱대고 책을 읽는 게 아니라 그 단원에서 가장 문제되는 쟁점과 법률가의 시각에 관한 이야기라 훌륭했고 이것은 선행학습에 매우 중요한 내용들이다.” － 16기

“1, 2학년이 민법을 공부하며 가장 불안한 것이 변호사시험인데, ‘변시Tip’이라는 부분이 가장 유용한 것 같다.” － 15기

“신입생 가이드지만 변호사시험 2, 3개월 남은 현재 구매 예정이다. 로3인데도 훑어보니 잘못 이해하고 있던 개념이 30%쯤 보이고, 그것이 중요해 보이므로.” － 14기

본서가 ‘로스쿨 민법 선행학습’에 매우 유용할 것이라는 점은 확신하지만, 민법 선행학습 자체를 ‘대체’할 수 있다거나 본서만 읽으면 민법에 대한 이해가 완성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닙니다. 민법 선행학습 과정에서 본서의 가장 좋은 활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저자의 민법 기본서 「The Basic 민법 – 조문·판례총정리」(2024년 12월 둘째 주 출간 예정, 구 ‘로스쿨 민법의 정석 The Basic’)를 가지고 2024. 12. 16. 개강하는 “2025 [Basic] 로스쿨 민법 기본강의”를 수강하며 ‘예습용’으로 ‘가볍게’ 읽어보는 것이 본서에 대한 첫 단계 활용법입니다.

결국 민법 선행학습의 핵심은 ‘강의’와 ‘기본서’인데, 본서는 그 사이에서 그들이 더욱 잘 결합하게 해주고 훨씬 더 정확하게 연결시켜 줄 것입니다. ‘기본서’는 멈춰있는 활자, ‘강의’는 살아 움직이는 언어적 설명이라면, ‘본서’는 그 중간에서 훌륭한 가교가 될 것입니다.

물론 본서는 민법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이 아무런 강의 없이 ‘예습용’으로 읽기만 하면서 바로 이해되는 내용은 전혀 아닙니다. 본서는 ‘입문서’가 아닌 ‘가이드북’이고, 만약 입문서처럼 눈높이를 낮춰 썼다면 본서는 한 번 읽고 버리는 책이 되었을 것입니다. 처음 민법을 공부하는 사람이면, 본서는 민법선행 기본강의 직전에 빠르게 읽고 곧이어 강의를 듣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강의 내용이 머릿속에 훨씬 더 잘 들어오고, 강의 복습 과정에서 떠오르는 부분을 다시 찾아보는 용도로도 좋을 것입니다.

한편 이런 활용법을 고려하여, 본서는 아무리 중요한 내용이어도 기본서에 설명이 친절히 이뤄진 부분은 모두 생략하였고, 강의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풍부한 논리와 다양한 예시들을 굳이 모두 실으려고 애쓰지는 않았습니다.

둘째, 민법 기본강의 및 기본서 1회독 이후에는, 본서 전체를 빠르게 일독하거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수시로 읽는 것이 크게 도움될 것입니다.

이때는 민법의 일독을 마쳤지만 본서를 빠르게 회독하면서 민법에서 특히 주의할 핵심적 내용만을 통으로 읽게 되고, 이때 기본서의 내용을 떠올리거나 일부를 찾아보는 방식이 매우 좋습니다.

본서의 진가(眞價)는 이러한 둘째 단계에서 드러날 것입니다. 그러나 앞선 첫째 단계에서 설령 완전히 이해되는 느낌은 부족하더라도 최대한 성실하게 본서를 읽은 사람일수록 둘째 단계의 성과가 더 커질 것입니다.

마치며

본서가 나오기까지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은 분들이 많습니다.

사법연수원 연수과정에서 ‘법률가’ 정연석을 만들어준 은사(恩師) 이원형·여미숙·이현철 교수님, 메가엠디의 윤용국 대표님, 채윤석 팀장님, 안명재 실장님, 메가로이어스의 곽세희 원장님, 윤창기 부원장님, 윤호재·조서은 님, 법무법인(유한) 정률의 박재명 대표님, 박소이 조교님, 그리고 저와 일상적 법률 논쟁을 해주시는 후배 하상익 판사님까지, 모두에게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도서출판 정독의 김중용 대표님, 심성보 이사님, 권형락 실장님께도 커다란 고마움을 전합니다.

모쪼록 민법을 처음 공부하는 로스쿨 신입생 여러분께 두껍지도 않은 본서가 두터운 도움을 줄 것을 기대합니다.